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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ft Artist in Chungbuk

충북 공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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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

강경훈

세월의 흔적을 담다

  • 공 방 명

    옹기종기

  • 분      야

    도자

  • 지      역

    괴산

  • 활      동

    도예 작업

2011년 연풍면 조령민속공예촌 입주, 마을 사람들과 상생도
'세월을 견딘 흔적' 화두, 달의 거친 표면 재현... 불에 의해 달라지는 '무유속성'매력
"풍파에 쓸려 만들어진 결의 질감이 작업의 영감... 조령 작업실 풍경에서 무소유 터


도예가의 작업은 기다림과 견딤의 연속이다. 흙으로 형태를 빚고 말리는 시간, 화장토를 바르는 붓질, 토기를 가마에 쌓는 시간, 장작을 넣고 초벌구이하고 식혔다 다시 재벌구이를 위해 불을 때는 시간, 불이 꺼지면 가마가 식어야 하는 시간.


이 모든 기다림과 견딤의 작업과정은 삶을 그저 살아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기다리는 일이 일상이고 시간을, 세월을 견딘 흔적을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수밖에 없다. 기다림을 즐기며 오 히려 지나간 삶의 흔적을 작품에 투영하는 것이 작업의 화두가 된 이가 있다. 2011년 충북 괴산군 연풍면 조령민속공예촌에 입주한 도예가 강경훈(47)씨다.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 날이 마침 가마에 작품을 넣고 불을 때는 날이었다. 1.8m 높이, 10m 길이의 전통 장작가마에 그동안 작업한 토기를 넣는 데만 서른 시간이 걸렸다. 차곡차곡 약 1천 점의 토기를 넣은 후에는 그동안 잘 말려놓은 소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핀다. 그가 땔감으로 소나무를 사용하는 이유는 가마 속에서 소나무가 재가 되고, 그것 자체가 유약화되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그의 작업은 토기에 화장토 외에 별도의 유약을 바르지 않는다. 가마 속에서 장작이 타고 난 후 재가 토기에 붙어 유약역할을 해, 이것이 도자기에 미치는 영향을 자연스럽게 의도하는 것이다. 그는 ‘무유소성’ 작업의 매력에 빠져 있다.

일반 가마는 불의 온도를 1천200도까지 올리지만 작가의 가마는 900도 초벌구이를 거쳐 재벌구이에서 1천300도까지 올려야 재가 녹아 원하는 유약의 기능을 할 수 있다. 100도를 올리는 일이 만만치 않다. 나무와 작가의 공력이 그만큼 더 소요된다. 3일 밤낮 불을 때고 있으면 소방서가 출동하기도 한다. 그는 도자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마치 ‘엄마가 아기를 출산하는 것’에 비유한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항아리를 즐겨 작업한다. 항아리에 화장토를 덧칠기법으로 발라 달의 표면 같은 거친 우주의 느낌이 나도록 한다. 자신이 원하는 질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붓으로 화장토 바르는 일을 팔이 끊어지는 통증이 느껴질 때까지 해야 한다. 보통 9~10시간이 걸린다.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다음 결과는 오직 불에 맡긴다. 흙의 배합과 온도에 따라 색감이 달라지고 의도하지 않은, 예상하지 못한 작품이 된다. 불과 가마 속의 상황이 작품을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셈이다. 작가는 이런 예기치 않은 변화를 오히려 즐긴다.

일반적으로 백자와 청자, 분청이 대중적이지만 그는 여러 가지 흙을 배합해 자신만의 자연스러운 느낌을 내는 것이 좋다. 작업의 화두가 ‘삶의 흔적’이 된 것은 오래전 제주도의 한 바닷가에서 주운 나무토막을 보고 나서다. 썩거나 변하지 않는 것이 도자기뿐인 줄 알았으나, 파도에 휩쓸려 세계 곳곳으로 흘러 다녔을 나무토막이 뜻하지 않게 작가에게 다가와 영감을 주었다. 파도에 휩쓸려 기묘한 결을 만든 나무토막이 오랜 세월을 견딘 인간의 삶의 흔적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그는 실제 바닷가에서 주운 나무토막을 항아리에 접목해 2021년 개인전 ‘흔적; 세월을 담다’전에 내놓은 적이 있다. 도자기와 바다에서 주운 나무의 콜라보였다.

"작업실 주변의 나무들을 천천히 보았다. 찍히고 패인 고목의 껍질에서 노인의 주름과 같은 시간(삶)의 흔적을 보았다. 파도나 풍파에 쓸려 만들어진 결의 질감이 작업의 영감이 되고 있다. 달의 표면을 표현하는 일은 거칠게 살아온 삶의 흔적을 재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항아리 다음으로 그가 즐겨 작업하는 것은 정병이다. 정병은 목이 긴 형태의 물병을 말하는데, 꽃 세송이도 꽂을 수 없을 만큼 입구가 좁다. 그 이유는 복이 들어왔다 새나가지 않기를 바라는 불교의 기원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정병 작업에 유난히 정을 들인다.

혼합토로 정병의 형태를 만들고 화장토로 수없이 덧칠하면 가마 속에서 의도하지 않은 느낌을 연출해준다. 표면에 작은 알갱이가 만들어져 물방울처럼 오묘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도예를 시작한 초창기에는 그 역시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했다. 하지만 괴산으로 작업실을 옮긴 후 장작가마를 짓고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에 따라 그날의 일기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에 매료된 후에는 ‘붓 가는 대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게 됐다. 작업실을 병풍처럼 두른 산을 보아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수없이 변하는 자연의 현상에 탐닉할 수밖에 없다.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무소유의 의미를 알게 된다.



그는 마을 사람들과도 늘 더불어 상생한다. 마을 주민들에게 그릇 빚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재미있는 축제를 기획해 농촌 마을을 생동감 있게 변화시키고 있다. 깊은 산중 연풍 조령민속공예촌 일대에서 10회째 열고 있는 ‘하모니국제도예프랜드십 페스티벌’이 그것이다.

강경훈 도예가는 1993년에 도예에 입문해 서울, 경기 등에서 활동하다 괴산으로 이주해 2012년 첫 개인전(남이섬갤러리)을 시작으로 전주한옥마을 3도3국 전시, 하모니국제도예프랜드십 정기전시(서울 인사동) 등 다수의 전시와 해외워크샵 전시에 참여 했다.


사진 발행일 제작/출처
2023.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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