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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ft Artist in Chungb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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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장(칠)

정해조

재료의 본질과 제작 형태 원리, 색채의 근본 찾아 작품으로 드러내다

  • 공 방 명

    정해조 옻칠공예 연구소

  • 분      야

    칠장(칠)

  • 지      역

    옥천

  • 활      동

    협저태기법, 옻칠의 체계화와 연구

삼베를 호칠로 여러 겹 발라 형태 만들고 그 위에 옻칠한 협저태기법

결국 재료의 본질과 제작 형태 원리, 색채의 근본 찾아 작품으로 드러내는 것

광택을 최대한 표출시키는 것이 작업의 목표, 모든 작품 제목은 칠광율(漆光律)’

빛의 난반사(亂反射), 보는 방향에 따라 형태가 달라져 현대미술의 조형성이 드러나

후학들이 재료 맘껏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과 옻칠 체계적으로 기록화하는 작업 과제

 

옻칠에서 발현되는 고유한 빛의 율동을 사람의 손으로 빚어낸다면 어떤 모습일까?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퇴임하고 고향인 충북 옥천으로 돌아와 작업에 전념하고 있는 정해조(78) 옻칠장이 하는 일이다.

그는 삼베를 호칠로 여러 겹 발라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옻칠을 입히는 협저태기법으로 작업한다. 작업의 목표는 인간이 원초적인 감각에서 만들어진 원시 조형과 옻칠의 본질 속에서 빚어낸 천연의 광율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들판 한가운데 서 있는 한 그루 나무가 바람에 일렁이는 것 같기도 하고, 하늘의 구름이 둥둥 떠 흘러가는 리듬이 느껴진다.

한국적인 재료로 자연의 원초적인 형태를 작품에 담고 있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는 해방둥이라는 나이만큼이나 여러 우여곡절과 피나는 노력 끝에 현재의 위치에 다다랐다.
 

홍익대에 처음 입학했을 당시만 해도 도안 전공이었으나 군 제대 후 학교에 와보니 학제가 개편돼 공예학부 안에 시각디자인과 공예예학과가 있었다. 당시 학과장님이 목칠공예를 전공하면 어떻겠냐고 의견을 줘 색을 많이 다뤄봤기에 흔쾌히 수용했다. 하지만 막상 작업을 해보니 나무 위주로 다뤄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 색칠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 나무에 옻칠을 혼자 공부해 졸업과제물로 내놓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옻칠의 매력을 알게 됐지만 스승도 없었고, 어디서 공부할 곳이 없어 뭐든 혼자 찾아 연구했다. 수많은 실험과 열정으로 만들어 갔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전화위복이 되었어요. 다른 사람이 경험하지 못한 수 많은 경험을 통해 옻칠의 본질을 터득했으니까요. 옻칠에 그토록 다양한 색과 광택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큰 축복이었지요. 작품은 유럽 등 외국에서 먼저 알아봐 줬어요.”

광택을 최대한 표출시키는 것이 작업의 목표이므로 그의 모든 작품 제목은 칠광율(漆光律)’이다. 작업 초기에는 율동 없이 밋밋하게 했으나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옻의 광택에서 나는 강한 자극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광택을 극대화하기 위해 웨이브를 적용해 보았다. 빛의 난반사(亂反射)에 의해 관객이 보는 방향에 따라 형태가 달라져 현대미술의 조형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렇듯 오직 옻칠이 내는 빛을 탐색해온 작가는 자연에 있는 물질의 원리와 인간의 삶 속에 숨어있는 근본에서 작품의 디자인을 찾는다. 작가의 작업은 결국 재료의 본질과 제작 형태의 원리, 옻칠이 품고 있는 색채의 근본을 찾아 작품을 통해 드러내는 것이다.

작품의 형태는 인간이 미적인 감각을 어떻게 갖고 태어나는지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그런 궁금증으로 다가간 것이 그 나라 민족의 원시미술이다. 이 원시미술과 현대미술의 연관성을 찾는 것이다. 태초에 인간이 조형물을 어떻게 만들었나 생각해보면 답이 있다는 것이다.

재료인 옻칠에 대해 그 안에 숨어있는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한 결과 광택을 발견하고 이 광택을 작품에 최대한 이용했다. 한국인의 근본 색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오방색이다. 이중 흰색은 옻으로 불가능하다. 흰색 외에 모든 색을 낼 수 있는 게 옻칠이다.

앞으로 과제가 있다면 갈수록 옻이 귀해지고 있어 후배들이 재료를 맘껏 활용할 수 있게 됐으면 하는 것이구요. 그다음에는 옻칠공예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작업입니다. 이 작업을 15년째 하고 있는데 아직 마무리 짓지 못했어요. 현재 각 대학에 칠예학과가 있지만 용어 정립조차 안 돼 있어요.”
 

작가가 54년을 해온 옻칠 작업이지만 기후, 온도에 예민해 특별하게 다뤄야 하는 옻칠이 아직도 풀 수 없는 비밀이 많아 신비스럽다고 말한다.

정해조 작가는 홍익대 공예과를 졸업하고 일본, 중국, 베트남 등에서 동양의 칠예술을 수학하고 배재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국내 최초로 칠예과를 설립했다. 1982년 대전에서 첫 개인전을 연후 후학양성과 연구에 매진하다 퇴임을 앞둔 2008년 두 번째 개인전부터 현재까지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 오색광율(五色光律)’은 영국 대영박물관, 빅토리아&알버트박물관, 미국 메트로폴리탄과 필라델피아 미술관 등에서 소장, 전시되고 있다

사진 발행일 제작/출처
2023.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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