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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공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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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

강성철

장승·불상에 그만의 표정 담아

  • 공 방 명

    목산공방

  • 분      야

    장승

  • 지      역

    괴산

  • 활      동

    장승·불상 제작

"느낀대로 나무에 새길 수 있는 것이 매력"
정겨운 이웃 얼굴에서 담고 싶은 표정 찾아

통나무나 돌에 사람의 얼굴 모양을 새겨 마을 입구나 길가에 세운 목상이나 석상을 가리키는 신목(神木)을 장승이라 한다. 이 장승은 마을의 수호신으로 지역간 경계나 이정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장승은 우리나라 고유의 민간신앙으로 여겨 전국적으로 널리 설치되었으나 현대로 와 산업화시대를 겪으며 돌 장승은 밭둑 한쪽에 방치되거나, 나무 장승은 썩어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다 몇몇 나무조각가에 의해 그 존재의 의미가 되살아나 한동안 전국에 장승 세우기가 붐처럼 일었다. 그 주인공이 바로 목공예가로 시작해 장승 전문 조각가가 된 충북 괴산군 감물면 목산공방 강성철(59)씨다.

강원도 횡성 사람으로 어린시절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그는 이방자 여사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광명시에 세운 교육기관 ‘명희원’에서 목공예과를 수료하고 장승 조각가 송지명씨 아래서 3년 동안 공부해 장승 조각가의 길을 걷게 됐다.

그가 처음 작업실을 연 것은 경기도 광주다. 이곳에 간판으로 9m 짜리 장승 2개를 세웠다. 이것이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었다. 이를 본 광주시에서 작업을 의뢰해 와 처음으로 돈을 받고 장승을 만들게 되었다.

"다양한 목조각에서 장승이 유난히 좋았던 것은 장승에 담을 수 있는 다양한 표정이에요. 비록 나무지만 사람이나 동물의 살아 있는 표정을 내 마음이 느낀 대로 나무에 새길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었죠."

그래서일까. 그의 장승에는 조각가 자신의 얼굴표정은 물론이고 이웃의 얼굴, 우리 전통 민화에 등장하는 웃는 호랑이, 장난꾸러기 도깨비까지. 때로는 해학적이고 위트가 있다.

그의 장승이 전국에 알려지자 충북 괴산군이 산막이 옛길을 조성하면서 그를 찾아왔다. 산막이 옛길에 그가 작업한 할아버지 할머니 장승은 물론이고, 호돌이 호순이 장승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를 본 당시 괴산 군수가 "괴산으로 와 작업하면 어떻겠냐?"고 말해 뜻하지 않게 2011년 감물면 달천이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작업실을 옮겼다. 얼떨결에 충북인이 된 것이다.

그가 장승 제작에 즐겨 사용하는 것은 소나무와 느티나무, 은행나무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나무가 은행나무다. 은행나무는 특유의 향이 있어 방충작용을 하기에 벌레가 먹지 않을 뿐 아니라 나무 결이 부드러워 작업에 제격이다.

작품 의뢰가 들어오면 목재를 준비하고 형태를 의논하고, 작업을 시작한다. 야외용일 경우 방부 작업을 하지만 자연재료를 사용한다. 사람들이 만져도 손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부드럽게사포 작업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필수다.

"나무는 아무리 방부 작업을 거쳐도 한계가 있습니다. 2~3년에 한 번씩 손을 봐주면 장기간 사람들에게 추억을 선물하며 좋은 모습으로 남아 있는데, 대부분 한번 설치하면 의뢰인들이 관심을 갖지 않아요. 사후 관리가 필요해요. 그래도 나무는 영구적이지 않고 썩는 맛이 있습니다. 인간의 삶처럼 소멸되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죠."

그가 장승과 함께 즐겨 작업하는 것은 불상과 도깨비상이다. 그는 불상을 ‘조각의 꽃’이라고 생각할 만큼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불상이 다른 것은 불상의 얼굴에 그만의 미소가 있다는 점이다. 도깨비상 역시 마찬가지다. 도깨비 방망이 대신 책을 보고 있거나, 횃불 대신 항아리를 안고 있거나, 무섭거나 화난 도깨비보다 장난기 가득하고 온화한, 짓궂은 도깨비들이 그만의 이야기와 표정을 담고 있다.

그가 이처럼 그만의 표정을 담아내는 데는 수많은 사전 스케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스케치의 대상인 이웃의 투박하고 정겨운 얼굴들에서 그가 담고 싶은 표정을 찾아낸다. 그가 이처럼 좋은 얼굴표정을 담기 시작한 데는 평생 장애로 살아온 그가 고집과 아집을 갖고 살아간다면, 세상의 편견을 이겨내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삶의 지혜를 일찌감치 터득했기 때문이다. 늘 웃는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이유다.

그의 바람은 큰 돈을 버는 일보다 장승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괴산으로 옮겨와 2012년 괴산 고추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며 가뭄과 태풍으로 농작물을 걱정하는 농부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한번 웃어보게’라고 말하듯 온화하고, 해학적인 장승을 제작해 기증해 실제 많은 사람들을 웃게 하기도 했다.

강성철 장승조각가는 2006년 대한민국전통공예대전 대상 수상, 2007년 대한민국서화비엔날레 참여작가 선정, 대한민국 전통명장 인정, 한국미술협회 전통문화보존위원회 초대작가, 월드컵 기념 장승 전시, 국립극장 장승 전시 등 활발한 활동은 물론이고 그의 장승은 경주 신라밀레니엄파크, 안산 무궁화동산 등 전국 곳곳에 설치돼 있다.

사진 발행일 제작/출처
2023.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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