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Craft Artist in Chungbuk

충북 공예인

ⓒ2023 한국공예관 All Rights Reserved.
작품이미지의 도용 및 무단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도자

김계순

그릇을 익히는 게 아니라 가마가 익어야만 그릇이 완성된다

  • 공 방 명

    도담요

  • 분      야

    도자

  • 지      역

    영동

  • 활      동

    도예 작업

영동 상촌면 해발 680m 산중 흙집 한옥 도담요 작업실 지어

가마 안에서 생성된 재 자체가 유약 역할하는 무유소성(無釉燒成) 입문
 

큰 손님 도예가는 앉은 자리에서 3~4km 이내에 재료가 다 있다. 그 재료를 찾아 활용해라

거칠고 투박한 느낌 도담요, 상촌면 일대 원석 곱게 갈아 흙과 섞어 사용

도담요 주변의 자연이 그릇의 진정한 주인, 그릇을 익히는 게 아니라 가마가 익어야만 그릇이 완성되는 것

 

후두둑 호두가 익어 떨어지는 소리에 계절을 느끼며 첩첩산중 충북 영동군 상촌면 담안동 달밭마을에서 마음을 수양하듯 그릇을 빚는 도담요(島潭陶) 김계순(66) 도예가.

문학소녀로 시인이나 소설가를 꿈꾼 작가는 결혼과 함께 꿈을 접고 현모양처가 최선이라는 생각으로 살게 됐다. 두 아이를 양육하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자신이 못 이룬 꿈을 주입 시키고 있었던 모양이다. 딸아이가 엄마 꿈은 엄마가 이뤄라고 항변했다. 그 말을 듣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지난 시절 일기장을 들춰보았다. “나는 뭘 하고 싶었을까?” 일기장에는 도자기를 하고 싶다는 상념을 많이 쏟아냈다.

현모양처라는 환상에 자신을 가두고 살다 한 인간으로 독립된 존재가 되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는 두려움이 생겼어요. 누구와 부딪치지 않고 혼자 고요히 작업할 수 있는 도자기가 잘 맞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1994년 도자기 하는 분을 찾아가 무작정 시작했다. 2000년에는 오대산 줄기 강릉 석구마을에 작업실을 마련해 3년간 작업했다. 작가만의, 자연을 닮은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수련을 하던 중 찻사발과 다구에 대한 갈증이 일었다. 인사동 전시회에서 김갑순 선생을 알게 됐다. 작가는 용기를 내 선생에게 배움을 청했다. 석구마을 산중 생활을 정리하고 파주 헤이리 선생의 작업실로 들어가 선생에게 온고지신(溫故知新)정신과 도예가로서의 자세, 전통 찻사발에 대해 사사 받았다.

이후 공해 없는, 인공 유약을 입히지 않고 가마 안에서 생성된 재 자체가 유약 역할을 하는 무유소성(無釉燒成)에 입문하게 됐다. 2007년 영동 상촌면 해발 680m 산중에 다시 작업실을 직접 지었다. 이곳은 오래전 화전민촌이었으나 사람이 떠나 빈터만 남은 곳에 당시의 지형을 그대로 살려 폐자재를 구해 흙집 한옥 도담요 작업실과 통가마를 짓고 다실, 빔 갤러리, 명상실 선방 범천채를 순차적으로 지었다.

작가가 작업실로 깊은 산중을 택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흙과 불이 자연에 얻어지듯이 자연과 함께하는 작업이므로 자연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유소성을 하는 이유도 그릇이 되는 과정을 자연에 맡기겠다는 생각에서죠.”

통가마에 1350도로 불을 때는 일이나 흙을 직접 수비해 사용하기까지 무한한 고통이 따르는 작업이지만 자연이 주는 산빛과 달빛, 물과 바람, 풀과 나무, 들꽃이 주는 즐거움으로 이겨낸다. 가마 속에서 자신을 태워 유약이 돼 주는 나무에 감사하고 온갖 짐승 소리를 들으며 더불어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충만함을 느끼는 산중생활이 더할 나위 없이 흡족하다.

2010년 경 부산에서 한 큰 손님이 상촌면에 통가마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람이 있어 왔다며 찾아왔다. 그분은 대뜸 오셔서 알고 있는 지식을 다 물려주고 가려는 듯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도예가는 앉은 자리에서 3~4km 이내에 재료가 다 있다. 그 재료를 찾아 활용해라.”

그분의 말씀은 큰 충격이었다. 손님과 함께 도담요 인근 산을 샅샅이 뒤졌다. 상촌면 일대에 금광생산 하던 동굴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흙에는 금과 산화철과 동, 아연, 망간이 함유돼 있었다. 고령토가 나오는 곳도 알게 됐다. 손님에게 흙을 채취하는 방법, 가마를 때는 방법, 다도인의 자세 등 그동안의 공부와는 또다른, 옛 도예인의 덕목을 온몸으로 배웠다.

작가의 작품이 거칠고 투박한 느낌이 드는 것은 상촌면 일대에서 채취한 원석을 곱게 갈아 흙과 섞어 사용하기 때문이다. 34일 불을 때 1350도가 된 통가마 속에서 소나무 재와 만나 형태가 일그러지기도 하고 예측할 수 없는 색감과 모양을 내는 모든 과정을 자연에 의탁해 완성한 것이다. 다른 지역에는 없는 상촌면 일대의 재료만이 가능한 작업이다. 도담요 주변의 자연이 작가가 만든 그릇의 진정한 주인인 셈이다.

도자기 하는 사람으로 남은 숙제는 목표이다. 다도(茶道)에서도 자신만이 가진 다법(茶法)을 창조적으로 만들어내듯이, 그릇에 다도의 개념을 접목하려고 한다. 작가는 흙을 캐고 밟고 수비하고 성형하고 가마에 불을 때는 모든 여정을 참선 과정으로 여긴다.

매끄럽고 고운 그릇에는 재가 앉기 어렵다는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트임기법을 전수받았고 그릇의 휨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 흙을 섞을 때 재료의 분배는 오랜 숙련과정을 거쳐 터득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전공을 하지 않아 기회가 되면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려고 노력했다. 수시로 해외작가들과 교류하며 도예인들을 초대하고 워크샵을 개최한다.
 

사포로 다듬는 연마작업까지 내 혼이 녹아들지 않으면 그릇이 될 수 없습니다. 도예가가 그릇을 익히는 게 아니라 가마가 익어야만 그릇이 완성되는 것이지요. 때론 그릇이 저를 만들어 간다는 생각을 합니다. 무서울 만큼의 고요함과 외로움, 순간순간 변하는 자연의 소리와 빛, 그것들로 빚어낸 흔적들이 도인(陶人)으로서 발걸음을 조금 더 내딛게 됐다는 마음으로 세상에 찻그릇을 내놓습니다.”

김계순 작가는 2005년 첫 개인전(통인화랑)을 비롯해 흙이 좋아요, 2011년 충북작가기획전(청주시한국공예관), 2014년 청주국제공예페어전(청주공예비엔날레) 등 다양한 전시에 참여했다.

사진 발행일 제작/출처
2023. 01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공예관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